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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도발과 우리의 대응 전략

기사승인 2019.08.13  17: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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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원 전 이스탄불 총영사

 

일본, 한국에 1,120개 전략물자 언제든 수출통제 가능

불매운동, 일본여행 안 가기 등 지속해 저력 보여줘야

극복하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극복 계기 될 수도

 

지난 8월 7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결정했다. 홍기원 전 이스탄불 총영사는 “대한민국이 화이트리스트 국가 중 유일한 강등국이므로 보복 의도임이 명확하다면서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의 구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줘야 할 때”라고 했다.

평택 출신인 홍기원 전 이스탄불 총영사는 송신초등학교와 효명 중고를 나왔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제35회 행정고시(재경직)에 합격,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원 등을 거쳤고, 외교부 아태통상과, 주 중국대사관 1등 서기관, 주 루마니아 대사관 1등 서기관, 외교부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규범 과장, 주 중국대사관 참사관, 주 파키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인천광역시 국제관계 대사를 역임했다.

지난 5월 이스탄불 총영사를 끝으로 공직생활에서 퇴임한 홍 전 총영사는 그간의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홍기원 전 총영사는 재정경제원 국제경제과에서 일본과의 경제통상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고, 또 외교부 아태통상과에서도 중국 일본과의 경제 통상 정책을 추진했었다. 홍 전 총영사가 공직의 경험이 한일 간 경제외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고 한일 외교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외교관으로 평가 받았다.

 

▶ 일본 정부가 8월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을 공포했다. 이러한 조치의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 정확히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를 없애고 대신에 수출심사 국가를 A, B, C, D 4개 등급으로 세분화하면서, 한국을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인 A그룹에서 B그룹으로 강등 분류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 중 유일한 강등국이므로 보복 의도임이 명확하다. 다만, 구체적인 심사대상 품목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의 반응을 보아가며 향후 행보를 결정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으로 일본은 우리에게 1,120개 전략물자에 대해 언제든지 수출통제가 가능한 체제가 되었으므로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일본이 반도체 등 관련 3개 소재에 대한 수출통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2차 보복을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8월 8일 관계장관회의에서 29개 수출 우대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에 대한 대응 조치의 하나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일본이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의 대외적 명분으로 ‘한국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서 안보상 신뢰를 기초로 상호간 고급 군사기밀을 교환토록 하는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다. 그렇지만, 당초 지소미아가 체결된 것은 한미일간 군사협력을 강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므로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파기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진전 상황을 보아가며 상호간 정보교류 수준을 축소시켜 감으로써 협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

 

▶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분명한데 이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

- 일본의 조치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무역제한 조치로서 국제무역의 보편적 규범인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일본산 전략물자를 우리가 북한에 반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안전보장상 수출규제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해당 조치는 수출규제가 아닌 안보와 관련된 수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하며 ‘부적절한 상황’으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초기와는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 향후 우리의 대응과 금번 사태의 장기화 전망은

- 우선, 일본의 조치에 상응해서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 일본여행 안가기 운동을 끈기 있게 지속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이 촉발한 이번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지만, 갈수록 커가는 우리나라에 대한 견제심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 국수주의적인 아베 총리 개인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본과 맞서서는 안 되며, ‘양보’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것이다.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표출되었듯이 정치문제로 경제보복을 가하는 일본의 행태는 국제사회에서 대의명분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게 우리는 중요한 수출시장이자 무역 흑자국이고, 방일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보다 2.5배나 많은, 즉, 싸움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요소도 있는 구조다. 국력이란 단순하게 경제력, 군사력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 의지와 단결력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익이라는 것도 ‘단기적인 경제적 득실’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하고, 나아가 국민의 자존심과 심리에 미치는 무형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일본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며, IMF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체질 전환의 계기가 되었듯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의 구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줘야 할 때다.

 

▶ 한일 간 경제통상문제에 평택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와 다수의 협력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핵심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다. 또한 한일관계는 한미 간 협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동북아 평화 안정에 한미일 협력은 중요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이 이번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신동회 기자 ptsnews@naver.com

<저작권자 © 평택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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