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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 1514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4.12.04  16: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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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심 맞아 평생의 연륜 담긴 작품을 선보이다

‘종심’을 맞은 친구들이 작품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효명 1514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11월 9일부터 18일까지 신장동 아트하우스(성동신협 3층)에서 작품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효명1514는 효명중학교 15회와 효명고등학교 14회를 졸업한 동창생들을 말한다. 동창생들의 나이는 올해 70세다.

종심(從心)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50세의 지천명과 60세의 이순을 거쳐 ‘종심’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혹은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도 어떤 규율이나 법도·제도·원리 등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70세를 이르는 말로 ‘칠순’과 ‘고희·희수’가 있다.

 

 

아낌없이 내놓은 재능

지선희 화가가 효명중고 학창시절 그림을 같이 배우고 작품활동을 했던 친구 다섯 명이 종심을 맞아 작품전을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지 씨는 “칠순잔치나 여행으로 칠순을 맞기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전을 구상했고, 효명 1514 친구들에게 칠순 잔치 대신 작품전을 하자는 뜻을 전하자 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라고 했다.

‘효명 1514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는 시인도 있고 조각가도 있고, 서예가도 있다. 수필을 쓴 친구도 있다.

견윤숙 씨는 ‘오늘이 좋다’라는 시를 그림(시화)과 함께 내놓았고, 권명순 씨는 조소 작품인 ‘그리움’을 전시했다. 안영민 씨는 한문 서예작품 여러 점을 내놓았고, 이정희 씨는 조형토 작품인 ‘풍요’를 출품했다. 장인원 시인은 종심을 비롯한 여러 시마다 족자를 만들어 걸었다. 조명숙 씨는 종교적인 도예작품 ‘켈틱십자가’ 등을 선보였다.

조춘연 씨는 한지에 채색을 한 ‘모란도’를 전시했고, 지선희 씨는 ‘그대를 그리며’라는 아크릴화를 내놓았다. 최정자 씨는 정자토에 청자유약을 입힌 ‘가을’ 등을 전시했다.

이수연 사진작가는 자신의 사진집 ‘수인선 그 편린에 대한 보고서’, ‘기억의 저편 수인선’, ‘그들의 생존방식’ 등을 선보였다.

작품전 오픈 기념식에서는 김은영 씨가 오카리나를 연주했고 김학배 씨가 색소폰, 최행식 씨가 팬풀륫 등의 연주를 하며 작품전을 자축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성악가 권순자 씨는 공연 동영상을 보내와 축하를 했다.

 

 

인생 사연을 담은 작품들

장인원 씨는 ‘종심’이라는 시와 ‘빈가슴’ 등 여러 점을 출품했다. 장 시인은 ‘청암문학’에 등단했다. 저서로 ‘괜히 왔다 그냥간다’ ‘과수원 길’ 등의 시집이 있다.

지선희 씨는 “장 시인이 등단한 진 3년밖에 안 됐는데 많은 작품이 있어 놀랐다”고 하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예전부터 틈틈이 시를 써 왔더라”고 말했다.

가슴 아픈 애틋한 사연이 담긴 작품도 있다. 주정숙 씨는 수영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13년 동안 병석에 누워있다. 주 씨는 딸의 간곡한 권유로 병석에 누워 글을 썼다. ‘인생2막 인연’이라는 수필집이다. 그 책을 전시했다. 또 ‘인생2막 인연’ 옆에 ‘고마웠어, 111병동’이라는 책이 나란히 놓였다. 주 씨의 딸 박윤진 씨가 그동안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글을 썼다. ‘고마웠어, 111병동’이다. 주씨의 남편 박인서 씨는 아내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를 녹음해 CD를 만들었다. 조영남의 ‘지금’ 등 작품전이 펼쳐진 아트하우스에 박인서 씨의 노래가 잔잔하게 깔렸다.

지선희 씨는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으면 너무 슬프다”면서도 “주정숙 가족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숙이가 병마를 털고 일어나길 기원한다”고 친구들의 마음을 전했다.

 

 

우리 잘 살았다

지선희 씨는 “송탄의 예술인 단체와 지인들에게 ‘효명 1514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품전을 개최한다고 연락했다. 와서 보고는 너무 좋아하고 부러워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은퇴하신 은사님도 놀라며 모교 학생들한테 소개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지 씨는 “후배들도 우리를 본받아 이번 작품전이 씨앗이 돼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친구들에게도 재능있는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작품전이 진행된 신장동 국민은행 앞 아트하우스를 소개했다. 60평 정도 되고 임대료가 저렴하다. 세미나도 되고 전시회도 된다.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작품전을 개최하기 위해 친구들을 찾았더니 작품들이 나오던데요. 작품전을 안 했으면 숨어 있는 친구들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을 것입니다”라면서 “우리 잘 살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종심(從心) - 장인원 

 

그저 막연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칠십 늙은이

 

모든 것

천천히 놓으며

접어야 할 것이란 선입견

어디론가 사라지고

 

봄이 오는 길목

꽃을 기다리는 설렘이

아직도 가슴에

 

지는 꽃 바라보며

애달픔보다

또 다른 생명의 잉태

그 희망을 바라보는

연륜의 여유로움

 

찬서리 바람 빠알간

단풍이며 낙엽에

텅 빈 가슴 허무로 흔들리며

노오란 그리움을 살며시

꺼내기도 하지

 

첫눈이

내리는 거리

연인과 정답게 도란도란

데이트 꿈이 여전한

노인 아닌 노익장

 

천천히 익어갈 뿐

여물었다기는 아직 이른

청춘이어라

 

노용국 기자 rohykook@hanmail.net

<저작권자 © 평택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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