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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아파트 평수는

기사승인 2019.08.13  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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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시대톡톡)

사장 김진운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사니? 너희 집 몇 평이야?”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주거지 이상의 의미다.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고 드러내고 싶은 과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어른의 과시욕과 편견으로 인해 아이들까지 주거지를 계급을 나타내는 척도로 삼고 있다면 어른들의 잘못일까 아이들 잘못일까.

휴거라는 말을 듣자 깜짝 놀랐다. 웬 휴거? 종말과 관련된 종교 단어인 줄 알았다. ‘휴먼시아 임대 아파트에 사는 거지’라는 뜻의 신조어란다. 또 ‘빌거’라는 신조어도 있다. ‘빌라에 사는 거지’라나?

임대아파트나 빌라에서 사는 아이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풍조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까지도 물들어 가는 모양이다. 적은 평수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는 짝꿍이 되기도 싫어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사는 아파트가 비슷한 수준의 친구와 어울린단다. 주거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거주지가 신분을 표시하는 지표가 된 것은 아닌지.

사는 곳이 휴거라고 밝혀지면 따돌림을 받는다. 차별하고 따돌리며 놀리다가 주먹다짐까지 벌인다고 한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을 차별하는 근거는 경제적 형편 때문에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부모에게 돌봄을 받지 못한 학생은 비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편견 때문인 것 아닌가. 문제가 많고 불온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 그런 잘못된 인식이 편견을 조장한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임대아파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큰 고민이다. 그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것도 형편상 어려운데 혹여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평택지역 임대아파트를 주변에 두고 있는 비교적 큰 평수의 한 분양아파트 부모들이 보무도 당당히 으스대며 학교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던 일이 먼 옛날 일도 아니다. 또 학생의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 학부모뿐만이 아니다. 한 학교에서 신입생 반 배정표에 학생 이름과 거주지를 같이 공개해 논란이 된 일도 있다고 한다. 학교 측은 동명이인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2005년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분양과 임대를 섞어서 짓는 소셜믹스를 도입했다. 아파트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잘못된 주거문화와 주거지가 신분평가의 척도가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부모가 문제다. 세상물정을 알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물질 만능과 출세주의를 주입하고 있는 것 아닐까.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어른의 행동 하나하나를 아이들의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들까지 어른의 천박한 물질주의에 멍들고 있지나 않은 건지 씁쓸하기만 하다.

 

평택시대신문 ptsnews@naver.com

<저작권자 © 평택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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